SYNOPSIS
“공간의 기초를 정의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일”
공간은 기능보다 먼저 감정을 품습니다. 그 감정을 어떤 구조와 흐름으로 담아낼 것인지, 그것이 내가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나는 공간을 구체화하기 전에 공간의 맥락을 정의하고, 그 위에 놓일 프로그램과 동선, 시선의 흐름을 설계해왔습니다. 단순히 용도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방식과 기억하게 될 분위기를 먼저 그리는 일입니다.
프로젝트마다 협업의 조건은 달랐지만, 나는 언제나 설계사와 함께 공간을 ‘만들기 전에 설명할 수 있게’ 전략을 정리했고, 그 전략이 형태로 구현될 수 있도록 조율했습니다. 공간은 물리적으로 존재하기 전에, 서사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나의 역할은 그 서사의 첫 문장을 쓰는 것입니다.
SCENE 1. Framing the Purpose of Space
공간은 단순한 용도 이상의 목적을 담습니다. 나는 그 공간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묻는 일에서 출발해, 브랜드와 기능, 감정과 맥락이 균형을 이루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형태보다 먼저 의미를 세우는 일이 나의 역할이었습니다.
SHOT.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2025-present
소속 | 서울아레나 경험기획실
직책 | 디자인팀장
서울아레나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팬덤과 콘텐츠, 도시와 브랜드가 연결되는 ‘문화 플랫폼’이라는 개념 아래 설계되었습니다. 나는 공간을 설명할 수 있도록 전략을 정리하고, 그 전략이 건축·운영·브랜드에 걸쳐 일관된 기준이 되도록 설계 흐름을 조율했습니다.
전체 경험은 입장과 퇴장이라는 물리적 동선을 넘어, 팬의 감정이 도착부터 기억까지 이어지는 여정으로 구성되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팬덤 백스테이지’, ‘퍼포먼스형 입장’, ‘감정의 회고’와 같은 시퀀스를 설정하고, 각 단계가 감각과 동선, 피드백까지 작동하는 구조를 기획했습니다.
이 전략은 단지 평면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공간이 어떻게 감정을 유도하고 기억을 축적하며 관계를 생성할 수 있는지를 설계하는 일이었습니다. 내 역할은 그 시작을 가능한 가장 정교하게 정의하고, 그 정의가 형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자와 함께 구조화하는 일이었습니다.
SHOT.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2020-2023
소속 | 카카오 자산개발실
직책 | 기획팀 수석디자이너
데이터센터라는 시설은 본질적으로 닫힌 공간입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닫힌 기능’ 위에 ‘열린 가치’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었습니다. 카카오의 비전은 ‘연결, 공감, 공존’에 있으며, 이 공간 또한 그 철학을 반영해야 했습니다.
나는 설계사 선정 직후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기존의 제안서를 초기화하고 카카오의 정체성과 데이터센터의 기능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보안성과 안정성이라는 기술적 본질, 지역과의 상생이라는 사회적 가치, 친환경이라는 미래적 태도를 건축과 인테리어, 사이니지 전반에 걸쳐 통합된 언어로 번역하고자 했습니다.
폐쇄된 기술의 벽 안에 ‘열린 태도’와 ‘존재의 의미’를 함께 담는 일. 이 프로젝트에서 나의 역할은 단순히 공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가 지닌 세계관을 물리적 구조 안에 정제된 질서로 녹여내는 일이었습니다.
SCENE 2. Structuring How We Work
일의 방식이 바뀌면 공간도 달라져야 합니다. 나는 조직의 구조와 흐름을 분석하고, 일과 공유가 자연스럽게 분리되고 연결되는 레이아웃을 기획했습니다. 사람의 일상이 무리 없이 녹아들 수 있도록 설계의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SHOT. 카카오 오피스 리뉴얼, 2018-2020
소속 | 카카오 브랜드센터 SPX
직책 | 수석디자이너
협업 | 국보디자인, 다원앤컴퍼니, 백지디자인 외
조직이 커지며 일의 방식도 변했습니다. 유연한 소통 중심의 스타트업 문화를 지나, 집중과 전문화가 강조되는 구조로 전환되었고, 나는 이러한 변화를 공간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중앙의 두 개 층은 공용 기능의 허브로 설정되어, 외부 교류와 내부 소통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각 업무 층에서는 라운지와 회의 공간 등 공용 기능을 중앙에, 집중 업무 공간을 외곽에 배치해 몰입과 흐름이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했습니다.
일할 땐 집중하고, 나눌 땐 모이는 방식. 나는 그 방식이 공간의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설계 방향을 설정하고, 각 설계사와의 협업을 통해 끝까지 유지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SCENE 3. Expanding the Meaning of Work
브랜드의 철학은 공간을 통해 완성됩니다. 나는 일의 방식과 휴식의 태도를 정의하고, 이를 세 가지 키워드로 구조화해 공간의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부지 전체의 흐름과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카카오만의 지속가능한 일터를 상상했습니다.
SHOT. 카카오 제주아지트, 2021-2023
소속 | 카카오 자산개발실
직책 | 수석디자이너
협업 | 한미글로벌, 정림종합건축사사무소
카카오의 제주 아지트는 기존 본사 부지를 포함한 네 개 필지를 통합 개발하는 장기 프로젝트였습니다. 나는 초기 마스터플랜 단계부터 참여해, ‘워케이션’과 ‘프렌즈 IP 기반 관광 콘텐츠’가 공존하는 공간 전략을 기획하고, 각 부지에 어떤 프로그램이 배치되어야 하는지를 계획했습니다.
조직 내부 설문과 백데이터 분석을 통해 카카오 직원들이 실제로 워케이션을 한다면 어떤 구조와 리듬이 필요할지를 정의했고, 이를 건축계획과 경험 흐름에 반영해 설계사와 함께 공간화했습니다.
‘Work Anywhere, Rest Everywhere, Connect Everything’이라는 세 가지 방향을 수립하고, 일과 휴식, 지역사회와의 연계라는 카카오의 태도를 공간으로 번역하고자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의 나의 역할은 단순한 업무공간 내지는 휴양지 설계가 아니라, 카카오의 철학과 새로운 일의 방식을 구조화하는 일이었습니다.
OUTRO
다른 목적과 조건의 프로젝트에서, 내가 그 시작을 설계한 방식은 같습니다. 무엇을 짓는가보다 먼저, 왜 존재해야 하는가를 묻는 일. 그리고 그 이유가 형태로 남을 수 있도록 구조를 설정하는 일.
공간을 정의하는 것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떤 태도로 존재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그 태도에서 출발했고, 그 출발이 실제를 만듭니다.